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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K-POP은 일본을 접수?, 그런데 록 음악은 반대라구요?

사운드캣영업본부
3시간 55분전 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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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운드캣입니다.

한국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듣습니다.

“K-POP이 일본에서 그렇게 잘나가는데, 한국 음악이 일본보다 못한 건 아니잖아?”

맞습니다.

오히려 K-POP은 일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 아티스트들의 일본 투어와 음반·공연 시장 진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K-POP이 일본에서 잘된 것과, 한국에서 록 밴드가 오래 살아남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록에 부족한 건 ‘히트곡’이 아니라 ‘작은 밴드가 올라갈 사다리’ 아닐까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음악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생태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집니다.

1. 일본은 한국보다 음악 시장이 크고 넓다.

결국 시장 크기의 문제일까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5년 발표 자료 집계를 보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음악시장입니다.

일본 시장이 크기 때문에 록음악도 인기가 있을까요?

그러면 미국은 일본 보다 시장이 큰데 록이나 메탈 음악이 확장하고 있나요?

이런 것으로 볼 때 단지 시장이 크다 -> 록음악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크기 자체가 아니라

그 큰 시장 안에 작은 음악이 팔리고 공연될 층이 '일본'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일본은 한국보다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고, 장르도 넓습니다.

한국의 음악 시장은 인구대비 상당히 크지만

메인스트림 음악(소위 말하는 댄스 &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K-POP)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음악은 상당히 여러가지 장르가 있습니다.

https://everynoise.com/engenremap.html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세계 모든 장르를 다 볼 수 있음

일본은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충분히 존재하고,

그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가고, 음반을 사고, 굿즈를 사고, 또 다른 밴드를 찾아가는 문화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장르도 일정한 팬층과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2. 일본에는 '작은 음악'이 살아남을 공간이 있다

 

시모키타자와의 Shelter / Basement Bar

일본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라이브하우스 문화입니다.

특히 도쿄의 시부야, 시모키타자와, 키치조지 같은 지역은 오랫동안 소규모 공연장과 음악가들이 서로 연결되는 장소로 기능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ASIAN KUNG-FU GENERATION입니다.

이 밴드는 1996년 대학 음악 동아리에서 결성됐고, 초기에는 직접 만든 음반을 공연장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이후 요코하마와 도쿄의 라이브하우스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시부야·시모키타자와·키치조지 등에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시모키타자와 CLUB SHELTER에서 원맨 공연을 열었습니다.

즉,

대형 기획사 → 데뷔 → TV 출연 → 스타

라는 한 가지 루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공연장

조금 더 큰 공연장

팬층 형성

전국 투어

홀 공연

아레나

무도관

이런 식의 바텀업 경로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물론 모든 밴드가 무도관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중간 어딘가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무도관까지 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3.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씬'이 생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뮤지션들이 서로 공연하고, 같은 공연장을 다니고, 서로의 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 밴드 괜찮은데?”

“저쪽 밴드랑 같이 공연해보자.”

“이 동네에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네?”

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연결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밴드 몇 팀이 모여 있는 것을 넘어 하나의 씬(scene)이 만들어집니다.

 

일본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시부야계나 시모키타자와를 중심으로 한 인디 록 문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플리퍼즈 기타(Flipper's Guitar)

플리퍼즈 기타(Flipper's Guitar) 같은 팀은 이후 일본의 이른바 시부야계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되었고,

시부야라는 지역의 음반점·클럽·라이브하우스·음악가 네트워크가 하나의 문화적 맥락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게 바로 씬의 힘입니다.

좋은 음악이 하나 나왔다고 씬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 공간 + 공연 + 소비자 + 시간이 같이 쌓여야 합니다.

4. 그런데 한국에도 홍대가 있었잖아?

여기서 반론이 하나 나옵니다.

“한국에도 홍대 있었잖아?”

맞습니다.

홍대 레드로드

그리고 상당히 강력했습니다.

 

크라잉넛 / 노브레인

1990년대 후반부터 홍대는 한국 밴드 음악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고,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조선펑크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생태계가 일본처럼 장기간 안정적으로 축적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홍대 라이브클럽 관련 취재에서도 당시 라이브클럽이 댄스클럽에 비해 크게 적었고,

홍대의 상업화와 대형 자본 유입, 록 음악의 침체 등이 라이브클럽 문화의 변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홍대 역시 크게 변했습니다.

임대료가 오르고, 상권이 바뀌고, 기존의 작은 가게와 공연장이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이것은 음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음악가가 공연할 공간이 없어지고

→ 공연장이 줄어들고

→ 공연할 기회가 줄어들고

→ 관객이 줄어들고

→ 새로 시작하는 밴드가 성장할 기회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2026년에도 홍대의 옛 라이브 음악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2000년대 초 홍대는 라이브클럽과 인디 음악의 주요 거점이었지만,

이후 상권 변화와 임대료 상승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기존 음악 공간에도 변화가 나타났죠.

5. 더 황당한 것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

여기서 2026년 부산에서 벌어진 오방가르드 사건을 보면 한국의 소규모 공연장 문제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부산 오방가르드

부산의 인디 음악 공간인 오방가르드는 2018년 문을 연 이후 지역 뮤지션과 인디 음악가들의 공연을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 8월, 공연 도중 관객들이 의자와 테이블을 치우고 서서 공연을 관람하고 춤춘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오방가르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었고, 현행 규정상 이런 형태의 춤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는 음주는 되어도 가무는 안됨)

결국 영업정지 2개월 처분 절차를 받았습니다.

음악계에서는 소규모 라이브 공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묘한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서

“ 공연인데 관객이 일어나서 춤추면 안 됩니다.”

음악가 입장에서는

“그럼 앉아서 기타 솔로를 감상해주세요.”

라고 해야 할 판입니다.

물론 안전과 법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공연 문화와 제도가 제대로 맞물려 있느냐는 것입니다.

소규모 라이브클럽은 대형 공연장도 아니고 일반 식당도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중간에 있는 공간을 위한 제도적 틀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 문제는 워낙 논란이 많고, 반대쪽에서도 할말이 많고 그것도 맞는 말이라 여기까지만..)

6. 결국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록을 좋아하느냐'가 아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일본인은 록을 좋아하고 한국인은 신나는 댄스 음악 장르만 좋아한다.”

라고 정리하면 너무 단순합니다.

한국에도 록 팬은 많습니다.

좋은 밴드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 실리카겔 >

실제로 최근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한국 인디·얼터너티브 음악 씬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이 인터넷에서 먼저 팬층을 만들고,

이후 오프라인 공연과 다른 뮤지션들과의 교류로 연결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은 씬이 형성되는 장소와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동네 공연장 → 공연 → 사람을 만남 → 다른 밴드를 알게 됨 → 또 공연

이라는 흐름이 강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 사운드클라우드 → SNS → 온라인 커뮤니티 → 해외 팬 → 공연

처럼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인 동시에, 상당히 다른 생태계인 셈입니다.

7. K-POP은 일본을 접수했는데 왜 록은 안 됐을까?

사실 여기에는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K-POP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과 한국 인디 음악 생태계의 규모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K-POP은 대형 기획사와 자본, 제작 시스템, 마케팅, 팬덤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일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

가 가능합니다.

반면 록 씬은 조금 다릅니다.

록 밴드 하나가 성공하려면 음악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할 곳이 있어야 하고,

그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있어야 하고,

그 관객이 다음 공연도 와야 하고,

새로운 밴드가 그 공연을 보고 또 밴드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몇 년, 몇십 년 반복되어야 비로소 이 만들어집니다.

K-POP 콘텐츠는 제작 시스템과 유통망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지만,

지역 음악 씬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씬은 그 지역에서 음악가와 관객, 공연장이 오랜 시간 관계를 쌓으며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 지역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공연하고, 실패하고, 다시 공연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8. 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엔터테인먼트사 연습생이 록으로 데뷔를 안한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가 더 클지 모릅니다.

그러한 소수의 인재들이 록, 펑크을 좋아하더라도

자생적인 인디씬에 남기보다

대부분은 현실적인 문제로 엔터테인먼트사 오디션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인재가 많지 않습니다.

2025년에 Mnet에서 했던, 밴드오디션 '스틸하트클럽'을 보면

상당히 많은 록 뮤지션들이 엔터사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많은 인재들이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되어 있고

메이저 기획사는 시장 상황 판단에 따라서 록그룹을 론칭할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엔터사에서는 록음악으로 데뷔를 시키는데 많은 고민을 합니다.

(FT아일랜드, CNBLUE, DAY6, Xdinary Heroes 등이 있지만 아이돌에 비해서 현저하게 규모가 적음)

이유는, 소비 시장규모의 차이 때문인데요. 위의 1~7번의 문제로 인하여

이미 시장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록그룹을 런칭해봐야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돈만 좋아하는 속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는데는

상상하지 못할만큼 많은 자금이 들어갑니다.

특히 중소엔터사에서는 가능한 소속 연습생들을 쥐어짜서

데뷔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들어간 돈을 그냥 허공에 날리게 되니까요.

그래서 아무리 맴버들이 이나 펑크, 메탈 등을 좋아하더라도 그런 음악으로 데뷔를 시킬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인재들이 다른 장르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남아 있는 실력있는 밴드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결국 음악은 '좋은 음악'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가 음악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집니다.

어떤 나라에 좋은 뮤지션이 많다는 것은 그 나라에 좋은 음악가가 태어났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그 음악가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장

공연장

관객

지역 씬

동료 음악가

음반과 장비를 파는 산업

그리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

이 모두가 있어야 합니다.

일본의 음악 생태계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2위 규모의 거대한 음악시장 위에 오랫동안 쌓여온 라이브하우스와 지역 씬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작은 밴드가 활동할 수 있는 여러 단계의 무대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시모키타자와에는 90명 규모의 LIVE HAUS처럼 소규모 공연을 위한 공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홍대라는 강력한 씬을 한때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생태계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은 일본만큼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에도 일본처럼 유명한 록 밴드 하나 만들어보자!”

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밴드가 처음 기타를 잡았을 때 올라갈 수 있는 100석짜리 무대가 있는가?”

일 겁니다.

100석짜리 공연장이 살아남고,

그 공연장에서 50명이 새로운 밴드를 보고,

그중 5명이 다음 밴드를 만들고,

그 밴드가 다시 공연을 하고,

페스티벌에 오르고

그렇게 10년, 20년이 지나면—

어쩌면 그때 비로소 '한국의 록 씬'이라는 것이 생기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음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스타가 되기 전의 무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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