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진실과 거짓 #3] - 곡만 좋으면 언젠가 뜨겠지? 음악 산업의 가장 위험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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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운드캣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곡만 좋으면 결국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내 노래는 진짜 괜찮은데 아직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뿐이야.”
“일단 음원 발매하고 기다려보자. 좋은 음악은 언젠가 빛을 보니까!”
음...
과연 그럴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좋은 음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좋은 음악은 중요합니다.
아니,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음악 산업에서 좋은 음악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수개월 동안 작곡하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까지 끝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안하면 정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음악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음악 마케팅은 현대의 아이돌 산업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
놀랍게도 수백 년 전부터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팔고, 어떻게 포장하고,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베토벤도요.

1. 베토벤도 결국 '음악을 파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생각하면 뭔가 굉장히 고상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작곡가가 깊은 영감을 받아 홀로 악보를 써 내려가고,
세속적인 돈이나 인기와는 아무 관계없이 위대한 예술을 만들어냈을 것 같죠.
그런데 실제 음악 산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베토벤 시대에는 오늘날의 음반사나 기획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악보 출판사입니다.

당시 음악을 대중에게 판매하는 가장 중요한 상품 중 하나가 악보였기 때문에 출판사는 어떤 작품을 출판할지, 어떻게 포장할지,
어떤 형태로 판매할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이 곡 타이틀 뭐로 하지?”
“앨범 콘셉트는?”
“어떤 버전으로 내야 사람들이 많이 살까?”
와 비슷한 고민을 이미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음악 산업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2. '월광 소나타'도 처음부터 월광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월광 소나타’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보니 베토벤이 작곡을 마친 뒤
“흠... 달빛이 비치는 밤 같군. 월광이라고 하자.”
라고 직접 이름을 붙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베토벤이 붙인 것은 ‘환상곡 풍 소나타’라는 의미의 Sonata quasi una Fantasia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월광’이라는 이름은 베토벤 사후 시인 겸 음악평론가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작품을 달빛이 비치는 루체른 호수에 비유하면서 유명해진 것입니다.
즉, 음악의 인상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언어와 스토리텔링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오늘날로 바꿔볼까요?

그냥
‘Track 01’
이라고 내는 것과
‘새벽 3시’
라고 콘셉트를 잡는 것.
음악은 같아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음악에도 패키징이 필요했던 겁니다.
3. 베토벤은 심지어 '상품 다각화'도 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오케스트라 음악은 아무나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스트리밍 버튼 하나 누르면 끝나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베토벤과 출판사는 대형 관현악곡을 피아노 독주나 실내악 형태로 편곡해 가정에서 연주할 수 있는 버전으로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교향곡을 그대로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소비 환경에 맞게 상품을 다시 설계한 것입니다.
심지어 ‘웰링턴의 승리’ 편곡판에는 전쟁 장면을 묘사한 판화까지 활용됐습니다.
당시 피아노가 중산층 가정으로 보급되고 있던 상황을 활용해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한 셈입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
클래식 음악은
악보 → 가정용 편곡 → 표지와 이미지 → 판매
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했고,
-
현대 음악은
음원 → 리믹스 → 뮤직비디오 → 숏폼 → 챌린지 →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소비 환경에 맞춰 콘텐츠를 확장합니다.
기술은 바뀌었지만 원리는 의외로 비슷합니다.
“좋은 음악을 사람들이 소비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 전달한다.”
4. 예술가도 시장의 요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베토벤의 ‘대푸가’입니다.
현악 사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이었던 이 작품은 무려 741마디에 달할 정도로 길고 난해했습니다.
출판사 아르타리아는 이 작품이 너무 길고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베토벤에게 새로운 피날레를 작곡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베토벤은 별도의 비용을 받고 새로운 피날레를 작곡했고, 기존의 대푸가는 이후 독립된 작품 Op.133으로 출판됐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요?
예술은 배고프지 않습니다. 배고픈건 음악가입니다.
적어도 음악 산업의 역사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술과 시장은 늘 충돌했고, 동시에 서로를 필요로 했습니다.
5. 그렇다면 현대 음악은 뭐가 다를까?
현대에는 악보 대신 음원이 있습니다.

출판사 대신 기획사와 레이블, 유통사가 있습니다.

악보 표지 대신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신문과 잡지 대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리고 차트와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과거보다 훨씬 편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것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노트북 하나로 곡을 만들고, 누구나 음원을 발매하고,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의 귀는 하나입니다.
사실 귀는 두개임.
오늘도 수많은 음악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 내 노래를 들어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대 뮤지션에게는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 곡을 어떻게 알리지?” “누가 들어줄까?” “어떤 플랫폼에서 발견될까?” “어떤 콘텐츠와 함께 보여줄까?”
“한 번 들은 사람이 왜 다시 들어야 하지?”
작곡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6. 같은 노래인데 왜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까?
한국 가요계에서도 흥미로운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윤종신의 ‘본능적으로’입니다.
이 곡은 윤종신의 곡으로 먼저 발표됐지만 이후 Mnet ‘슈퍼스타K2’에서 강승윤이 부르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방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노래가 다시 노출되면서 차트에서 큰 반응을 얻었고, 원곡까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래가 갑자기 다른 노래가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노래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가수 + 새로운 무대 + 대형 방송 플랫폼 + 대규모 노출
이라는 조건이 결합하면서 음악의 운명이 달라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프로모션의 힘입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
좋은 음악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입니다.
원곡 김창완 -너의의미
김창완 - 아이유(feat.김창완) - 한로로 계보
7. 스트리밍 시대에는 '노출' 자체가 경제적 자산이다


과거에는 음반을 몇 장 팔았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과 플랫폼 노출이 음악 산업의 핵심 지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경제학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비례배분제(Pro-Rata)입니다.
플랫폼 전체 매출을 전체 재생 수를 기준으로 나눠 스트리밍 점유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전체 재생량이 많은 메가 히트곡이 큰 비중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가에게 차트와 스트리밍 숫자는 단순한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실제 경제적 가치와 연결되는 숫자가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스트리밍을 늘리고 차트 순위를 올리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8. 정상적인 마케팅과 '음원 사재기'는 완전히 다르다
뮤지션이 광고를 하고, SNS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에게 신곡을 알려주고,
방송에 출연하고, 플레이리스트에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정상적인 프로모션입니다.

하지만 가짜 계정이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스트리밍 수치를 조작해 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마케팅의 한 종류가 아닙니다.
불법적인 시장 조작입니다.
자료에서도 실제 음원 사재기 사건과 관련해 가상 PC와 대량의 불법 IP 등을 이용해 스트리밍 수치를 조작한 사건이 소개되며,
2025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까지 언급됩니다.


그러니까
“마케팅을 해야 한다”
와
“숫자를 조작해 마케팅 효과가 있는 것처럼 꾸민다”
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첫 번째는 음악 산업의 정상적인 비즈니스이고,
두 번째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이 둘을 섞어버리면 음악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9. 그래서 대형 기획사는 무엇을 하는가?

대형 기획사가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진 회사라고 생각하면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기획사의 진짜 힘은 시스템에 있습니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음악을 제작하고, 콘셉트를 만들고, 앨범을 기획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방송과 공연을 연결하고, SNS 콘텐츠를 만들고,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유통과 해외 진출까지 연결합니다.
즉 음악 하나를 만들어 놓고
“자, 이제 알아서 유명해져!”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사람에게 도달하는 전체 경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개인 뮤지션이 혼자서 거대한 기획사의 조직력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디 뮤지션에게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10. 인디 뮤지션에게도 새로운 길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디 전문 유통과 지원 시스템입니다.
자료에서는 포크라노스와 같은 인디 음악 전문 유통·큐레이션 시스템이 음원 유통뿐만 아니라 방송 심의, 글로벌 스트리밍, 플레이리스트 피칭,
공연과 MD 등 다양한 영역을 지원하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또한 공공 영역에서도 인디 뮤지션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디스땅스’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히 상금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영상 제작, 음원 컴필레이션, 글로벌 유통, 페스티벌 연계 등 다양한 후속 지원을 제공합니다.
결국 시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새로운 유통사와 플랫폼, 공공 지원 시스템이 보완하고 있는 것입니다.
11. 결국 '좋은 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곡만 좋으면 언젠가 뜨겠지?”
정답은...아니요
좋은 음악은 반드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발견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팅, 프로모션, 유통, 브랜딩, 플랫폼 전략입니다.
좋은 음악이 씨앗이라면,
마케팅은 그 씨앗이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있도록 밭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씨앗만 들고 길거리에 서서
“제 씨앗은 정말 좋은 씨앗입니다!”
라고 외친다고 숲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곡을 만들었다면 알려야 합니다. 앨범을 만들었다면 보여줘야 합니다.
팬이 생겼다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면 그 음악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음악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만든 음악을 세상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또 하나의 창작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 음악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다

음악을 돈으로만 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부정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을 정말 오래 하고 싶다면 음악 산업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작곡가는 곡을 만들고, 프로듀서는 소리를 만들고, 엔지니어는 완성도를 높이고,
기획자는 콘셉트를 만들고, 마케터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유통사는 음악을 시장으로 보내고, 플랫폼은 소비자와 연결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연결되어야 한 곡이 비로소 세상에 도착합니다.

그러니 이제 음원을 발매한 뒤
“자, 이제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주겠지!” 하고 컴퓨터를 끄지 마세요.
그때부터입니다. 진짜 시작입니다.
그리고 혹시 음악을 만드는 부모님을 둔 학생이라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엄마! 아빠! 음악만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음악 산업의 유통 구조와 마케팅까지 공부하겠습니다!”

< 프로듀서 빈스,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뮤직 비즈니스 학과로 전과 했다 >
...
과연 바로 허락해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언제 할 건데?”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뭔 소리여...
어쨌든 결론은 하나입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 좋은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뮤지션에게는 둘 다 필요합니다.
음악을 잘 만드는 사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누구에게 들려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 음악을 세상에 전달할 방법까지 설계할 수 있는 사람.
어쩌면 이것이 지금 시대의 진짜 뮤지션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EJAE, 뉴욕대 티시예술대 뮤직 비즈니스 학과 출신 이다. >
사운드캣은 앞으로도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음악이 만들어지고, 팔리고, 유통되고, 사랑받고, 때로는 실패하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까지 재미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음악 산업의 ‘진실과 거짓’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오늘도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고, 혹시 직접 음악을 만들고 계시다면... 곡만 만들지 마세요. 세상에 들려주는 방법까지 고민해 보세요. ????
감사합니다! 사운드캣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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